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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호흡기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_김이설

by 웰시뷰 2021.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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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톤의, 보고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듯한 예쁜 책 표지와 달리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현실은 어둡고 칙칙하고 눅눅하기만 하다.😒
일흔이 다되도록 밤새 경비원으로 일하는 아버지와 청소 일을하는 엄마,
폭력을 일삼는 남편과 헤어지고 집으로 들어와 생계를 책임지게 된 여동생과
그녀의 어린 두 아이를 자처해서 맡은 주인공.
마흔이 다 되도록 시를 읽고 쓰는 것 외에 별 다른 열정없이 살아온 이 여자는
가족을 위해, 힘겨운 가족들이 그나마 무난한 삶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 모든 집안일과 육아를 떠맡고
오래 만나던 연인도 떠나보낸다.

누군가는 꼭 해야하지만 집에 남는 아무나가 하면 되는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
그저 시를 필사하고 싶고 나의 문장을 쓰고 싶은 그 사람의 그 마음이 가여웠다.
인생은 길고, 너는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앉지 마.
흔하고 진부한 위로의 말이었지만
가족 중 유일하게 그녀를 생각해주는 아버지의 그 마음에 그리고 나는 이미 그녀의 입장이 되어 그 현실에 빠져있었기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냥 표지가 예뻐서!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이라는 독특하고도 따뜻한 제목이 끌려서 보게 된 책인데,
이렇게도 마음 무겁고도 공감가는 책이었다니..
책 전체가 200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소설..인데 한 사람의 세계가 모두 들어있는 느낌.
문장 하나 하나가 모두 의미있었고, 육아나 집안일을 얘기하는 장면들도 너무 생생하게 그려지고 공감이 갔다.

'여기서 이렇게 끝나면 안되잖아요?' 라고 하고 싶게 갑자기 분위기 열린 결말이지만,
'아, 이 뒤는 없겠구나. 이게 끝인 게 맞겠구나' 생각이 든 그런 이상한 결말..(무슨 말???)
칙칙하고 눅눅한 그녀의 현실에 갑자기 황금빛 미래가 그려지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묵묵히 나로 사는 삶. 그게 중요한 거겠지..
'그러나 지금은 잠시만이라도 나는 나로 살고 싶었다.'
이런 생활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으므로 하루하루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심지어 잠을 자는 것마저도 최선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