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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수'가 그루누이의 살인 행각에 중점을 두어 제작되었다면,
원작 소설에서는 그루누이가 자라 온 시절과 그가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었던
사실은 도시와 사람들의 악취에서 벗어나 그의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운 시절을 보냈던
동굴에서의 시절이 부각되어 나타났으며,
결말 부분에서 나타나는 그루누이의 슬픔, 진정한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는 그의 내면이 잘 드러나있다.
진짜 '그루누이'로서는 한 번도 인정받지 못했던, 너무나도 작고 초라했던 그.
왜소한 겉모습과는 전혀 다른 교활함과 천재적인 후각으로 25명을 살해한 살인마인 그이지만
그럼에도 그가 측은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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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은 견고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서 여기저기 성벽 사이로 건물들이 비어져 나와 있었다.
특히 아래쪽 평지로 이어지는 곳은 허물어진 정도가 더 심해서 시 전체가 마치 너덜너덜하게 헤어진 옷자락처럼 보였다.
무수한 침입과 정복으로 인해 허물어진 후 복구된 듯한 그 모습은 다시 침입을 받는다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저항할 의사가 없다는 표시 같았다.
물론 힘이 없어서라기보다는 태만함이나 강인함 때문인 듯 했다.
자신이 강하다고 느낄 때는 별로 과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는 인생에서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다.
단 한 번만이라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사랑과 바보 같은 존경심을 보여 주듯이 그 역시 자신의 증오를 보여주고 싶었다.
단 한 번만, 꼭 한 번만이라도 그의 진짜 모습을 그대로 인정받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유일한 감정인 증오에 대한 타인의 반응을 알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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