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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호흡기

김혜남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by 멜로뷰 2012. 1. 6.
서른살이심리학에게묻다대한민국30대를위한심리치유카페
카테고리 인문 > 심리학
지은이 김혜남 (갤리온,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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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 살은 아니지만 읽었던 책..
20대에 읽어도 그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았던 책이다.

나중에 서른 즈음에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크..그때쯤엔 어쩌면 다른 기분이 들겠지?
그냥  '뭐..그렇구나..' 하고 넘길만한 기분은 아닐 것 같다..



역설적 초연함이란 다른 사람이나 사물은 물론 자신의 감정과도 거리를 두는 것을 말한다. 그때그때의 감정에는 충실하나 분노, 슬픔, 외로움 등 오래 지속되면서 거치적거리는 부정적 감정에는 초연한 태도를 취한다. 이는 그 누구와도 정서적으로 얽히는 것을 피하려는 태도이다.

쿨함에 숨어있는 역설적 초연함은 대인 관계에서 오는 상처로부터 자신을 방어함과 동시에 현대 사회 속에서 겪는 좌절감과 박탈감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장치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풍요로우며 화려함이 넘치는 사회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사람들은 오히려 막연한 불안감과 박탈감에 시달린다. 왜냐하면 자율성의 극대화에는 모든 것을 개인이 혼자 결정하고 그 책임을 또한 혼자 져야 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스타들의 화려한 삶에 비해 우리의 생활은 한없이 초라하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성공담은 우리의 무능함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든다. 어떤 것을 성취해도 나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항상 있기 마련이기에, 개인은 끝없이 비교를 당하고 잘못 적용된 사회적 비교의 틀에 갇혀 막연한 불안감과 무력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이러한 박탈감과 무력감, 불안 등에 대처하는 데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웃어넘기거나 모든 불합리함을 기성 사회의 잘못된 유산으로 치부해 비웃어 주는 것이 편리할 수 있다. 역설적 초연함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과거의 것들은 금방 쓸모없는 것으로 전락하고 만다. 또한 사람들의 사고 구조는 테크놀로지의 숨가쁜 발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자꾸만 뒤처진다. 게다가 유행이나 기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가치 또한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미래를 통제하고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어버린다. 이러한 미래에 대한 자신감의 상실은 사람들로 하여금 미래의 삶을 계획하기보다는 현재에 몰두하게 만든다.

여기에 현대의 소비주의는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겨 쾌락에의 탐닉을 정당화할 뿐 아니라 그것을 하나의 미덕으로 찬양한다. 그리하여 쿨한 사람들은 고민이 생길 때조차 심각해지지 않으려 하며 쇼핑을 그 해소 방편으로 삼는다.

 이제 어떤 것도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아무 것도 믿지 않는 것. 아무것에도 마음을 주지 않는 것. 그저 순간순간을 즐기며 사는 것이다.

삶이 쿨함을 허락하지 않더라도 쿨함이란 갑옷으로 무장하려는 젊은이들은 그래서 슬프다.쿨함에 목숨 거는 젊은이들은 말 그대로 멋지고 자유롭고 세련되게 보이기 위해 애쓰지만, 알고 보면 한치 앞도 모르는 시대에서 살아남고자 악다구니를 쓰는 것이고, 외로우면서도 상처 입기 두려워 외로움을 잠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감추고 있거나 억누르고 있는 분노가 자신을 해칠 수도 있음을 그들은 기억해야 한다. 

 

계속 반복되는 일에 권태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권태의 시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다. 당신이 권태로워하고 있는 동안 마음속에서는 오히려 많은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이제까지 쌓아 온 경험을 무의식적으로 분석하고 통합하며 소화해 내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불안해하지 말고, 권태로운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시간을 즐겨라. 너무 오래가지만 않는다면 나중에 깨닫게 될 것이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당신이 있음을 말이다.

 

진화론자들은 질투를 진화의 산물로 본다. 남자는 마음속에서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져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양육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가지고 있다. 한편 여자는 혹시나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재화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질투를 낳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아내가 다른 남자와 오랜 기간 정서적 친밀감을 나눈 것보다 단 한 번이라도 섹스를 했다는 사실에 더 심한 질투를 느낀다. 그만큼 섹스를 통해 아내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지게 된 것은 아닌지 불안한 것이다. 반면 여자들은 남편의 단순한 일회성 외도는 눈감아 줄 수 있지만 오랫동안 다른 여자와 친밀한 교감을 나누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질투에 눈이 멀게 된다. 만남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그만큼 재화를 빼앗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는 20대를 거치며 ‘all or nothing’ 의 흑백 논리를 떠나 인생에서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 있음을, 실패가 곧 끝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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