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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호흡기

2017.12.14 한 스푼의 시간

by 웰시뷰 2017.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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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작가님의 [한 스푼의 시간]

뭐랄까.. 처음 제목을 봤을 때부터 무언가 따뜻함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는데,

따뜻함을 넘어ㅠ 먹먹하고 뜨끈한 눈물이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소설.


어느 날 아들을 잃고 혼자가 된 세탁소 주인 명정씨 앞에 나타난 로봇 은결!

은결은 명정의 세탁소 일을 도우며, 동네 사람들과 교류한다. 

처음에는 불필요하게 느껴졌던 로봇. 사람의 생김새를 너무 닮아 불쾌하게까지 했던 그는

인간세계에 살며 점점 사람들을 위로하기도 하고, 의지가 되어주기도 하며, 

때로는 인간에 대해 배우고 흉내내기까지 한다.


처음에는 행동과 말을 이해하던 은결이 점점 마음이라는 것을 배우고 전하고 느끼는데, 

정말 느끼는 것일지 아니면 진짜처럼 잘 흉내내는 지경에 이르른 것인지. 

너무 설득력있는 문장과 상황에 매료되는 동안, 어느 새 은결이를 사람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언젠가 가까운 미래에 함께 살 로봇들에게 그런 생각을 갖게 될까.


하지만 은결은 인간이 아니니 섣불리 위로의 말을 내뱉지 않고, 

적절하게, 어쩌면 사람이 하는 말보다 나은 말을 전하며 

의도하지 않게? 감정을 자극한다.


그리고 나는 은결이가 배운 인간 세계에 대해 잘 알지만, 때로는 은결이 만큼, 모르면서 흉내내기도 한다.

많은 생각이 들고 깊게 기억에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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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묻거나 말하기 시작하면 그에게 관여하겠다는 것이다. 

그를 온몸으로 책임질 수 없다면, 그의 짐을 나눠지지 못할 것 같으면 그에 대해 궁금해해서는 안 된다.

그건 어림 반 푼어치 얄팍한 호기심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가 훗날 자라 그 약속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대도, 그는 괜찮을 것이다. 

그는 어쩌면 아이가 자라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완전히 멈출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이가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그는 인간의 시간이 흰 도화지에 찍은 검은 점 한 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그 점이 퇴락하여 지워지기 전에 사람은 살아있는 나날들 동안 힘껏 분노하거나 사랑하는 한편

절망 속에서도 열망을 잊지 않으며 끝없이 무언가를 간구하고 기원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것이 바로, 어느 날 물속에 떨어져 녹아내리던 푸른 세제 한 스푼이 그에게 가르쳐준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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